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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무리 지어 크고, 수탉이 함께 있어야 나오는 알이 있습니다. 달구네는 그 유정란 하나로 조합원의 신뢰를 쌓아 왔습니다.
유정란 한 품목으로 승부하는 두레 양계 파트너
계사 그물망 사이로 바람이 지나갑니다. 붉은 볏의 수탉 한 마리가 흰 깃을 세운 채 갈색 암탉들 사이를 걷고, 사료통 주위로 날갯짓 소리가 모입니다. 톱밥을 밟는 발소리, 골짜기까지 퍼지는 닭 울음. 달구네가 유정란 하나로 조합원의 신뢰를 쌓아온 자리입니다.
노란 병아리들이 보온등 아래 한데 모여 있습니다. 달구네의 닭은 태어날 때부터 무리를 이루어 자랍니다. 한 마리씩 나뉜 케이지가 아니라, 그물망 계사 안에서 여럿이 함께 크는 방식입니다.
계사 안에는 수탉과 암탉이 함께 지냅니다. 유정란은 이렇게 무리를 이루어 지내는 계사에서만 나오는 알입니다. 흰 수탉 한 마리가 갈색 암탉들 사이를 오가는 모습이 이 계사의 흔한 하루입니다.
달구네의 계사는 산자락에 길게 앉아 있습니다. 벽 대신 그물망 사이로 바람이 지나고 볕이 골고루 듭니다. 트인 지형이라야 바람이 잘 통한다는 것을, 박정현 생산자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평지보다 오가기 불편하고, 계절마다 손이 더 갑니다. 그래도 이 개방형 구조를 바꾸지 않고 지켜 왔습니다.

이 농장이 두레에 내는 품목은 유정란 하나뿐입니다. 이것저것 벌리는 대신, 닭을 잘 키워 좋은 알을 받는 일 하나에 매일을 씁니다. 규모를 키우거나 품목을 늘리는 대신, 지금의 계사와 방식을 지키는 쪽을 택한 셈입니다.
거둔 알은 선별대를 거쳐 트레이에 옮겨 담깁니다. 한 판의 알이 늘 고르게 좋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이 손끝이 매일 확인합니다. 계사에서 시작된 하루가 포장대에서 마무리됩니다.

산자락의 바람과 볕, 수탉과 암탉이 함께 지내는 계사. 그 자리에서 나온 알 하나가 오늘 조합원의 식탁에 오릅니다.
닭을 정겹게 부르는 사투리 "달구"에서 농장 이름을 따왔습니다. 박정현 생산자는 1990년대부터 자연농법으로 포도와 복숭아를 키우다가, 순환농법을 완성하려고 닭을 들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양계 농가에는 닭은 있어도 병아리는 없습니다. 태어난 지 8주쯤 지나 면역력이 생긴 중병아리를 외부에서 사다 키우는 방식이 흔하기 때문입니다. 박정현 생산자는 병아리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알에서 갓 깬 병아리부터 직접 키우는 쪽을 고집합니다. 병아리가 온 날이면 최소 이틀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두세 시간마다 상태를 살피며, 닭이 다 크고 나서도 폐사한 닭은 물론 산란 중인 닭까지 직접 해부해 소화 상태와 간, 장을 확인합니다. "사료용 풀이 그대로 위장에 남아 있는 걸 보고 잡초로 바꿨어요. 사료 속 단백질 비율이 높으면 알은 커지지만 간이 망가진다는 것도 그렇게 알았어요." 생산자의 말입니다.
박정현 생산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유정란, 동물복지, 무항생제 인증 같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동물이 정말 사랑받으며 살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달구네 유정란 한 알에는 이런 시간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2022년 가을의 자주관리사 점검일지에는 농장의 살림살이가 더 자세히 담겼습니다. 충북 영동의 산자락, 볕 바르고 통풍 좋은 자리에 앉은 농장은 1일령 병아리를 들여와 130일령부터 78주령까지 알을 낳게 하고, 여섯 개 계사 1만 2천여 수를 차례로 비우고 채우는 순환 사육으로 질병 부담을 줄입니다. 점검단이 만난 닭들은 벼슬이 붉고 꼿꼿했으며 울음소리가 우렁차고 활력이 있었습니다.
계사 주변에는 물웅덩이 하나 없이 정돈해 해충이 꼬일 원인을 막았고, 계란의 살모넬라 예방 모니터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친환경 깔짚용 왕겨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렵다는 요즘 농사의 고민도 일지에 함께 적혔습니다. 일손을 구하기 어려워 가족 세 사람이 농장을 꾸리고, 여기서 나온 계란 대부분이 두레생협으로 온다는 사실도 이 점검에서 확인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