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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여문 사과는 두레에 보내지 않습니다. 별빛이 유난히 밝은 영천에서, 별빛촌작목반이 오래 지켜온 단 하나의 기준입니다.
두레 별빛사과의 고향 ― 영천 과수 농가들의 작목반
영천의 사과밭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나뭇가지 사이로 스민 서늘한 새벽 공기가 손끝에 닿습니다. 별빛촌작목반 농가들은 해가 뜨기 전부터 밭을 돌며 사과의 낯빛을 살핍니다. 마을 이름이 된 별빛처럼, 밤새 맑은 하늘 아래 사과는 조용히 단맛을 채워 갑니다.
경북 영천은 밤하늘의 별이 유독 잘 보이는 고장으로 불립니다. 별이 잘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하늘이 맑고 볕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별빛촌작목반은 이 볕 좋은 땅에서 사과와 자두, 천도복숭아를 키우는 과수 농가들이 모여 이룬 작목반입니다.
과수 농사는 농가마다 저마다의 방식이 있습니다. 밭의 방향도, 나무의 나이도, 손이 가는 시기도 조금씩 다릅니다. 별빛촌작목반은 여러 농가가 모여 이 차이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덜 여문 과일은 두레에 보내지 않는다는 한 가지 기준만은 함께 지키기로 한 것입니다.
조광현·김경숙 부부도 이 작목반의 한 농가입니다. 이른 아침 나무 사이를 오가며 가지를 살피고, 웃자란 풀을 깎아 밭을 정돈하는 것이 이들의 하루입니다.
가을이면 이 작목반의 사과밭에는 두 가지 얼굴이 함께 열립니다. 노란빛으로 익어가는 시나노골드와 붉은빛으로 물드는 부사입니다. 색이 다른 만큼 나무를 살피는 손길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영천의 일교차는 큰 편입니다. 낮 동안 볕을 받은 나무가 밤 사이 서늘한 기온을 만나면, 과육은 단맛을 밖으로 흘리지 않고 안으로 눌러 담습니다. 작목반 농가들은 이 시간을 서두르지 않고 기다립니다.
조급하게 일찍 따면 빛깔은 고와도 단맛이 덜합니다. 그래서 출하 전에는 반드시 당도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눈으로 보기에 붉고 좋아 보여도 기준에 못 미치면 그해 수확에서 제외됩니다. 한 농가의 판단이 아니라 작목반 전체가 함께 정한 기준이기에 예외를 두지 않습니다.
수확철이 지나도 밭의 일은 끝나지 않습니다. 다음 해 열매를 위해 가지를 솎고, 나무 사이 풀을 깎는 손길이 사계절 이어집니다.

가을이면 별빛촌의 사과가 두레 조합원의 식탁에 오릅니다. 여름에는 자두와 천도복숭아가 그 자리를 채웁니다. 밭마다 다른 손길로 키운 과일이지만, 두레로 보내는 기준만은 늘 같습니다. 별이 잘 보이는 밤과 볕 좋은 낮 사이를 견딘 사과 한 알이, 오늘도 조합원의 식탁으로 향합니다.
영천 별빛촌작목반을 이끄는 조광현·김경숙 생산자 부부는 원래 농사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았습니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영천 시댁에 인사차 들렀다가 하루 이틀만 있자던 것이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어, 어느새 스물네 해 넘게 이 땅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 몇 해는 경험 부족으로 농사를 그르치기도 했지만, 2000년 무렵 경북대 교수에게 저농약 농법을 배우면서 지역에서 가장 먼저 친환경 농사에 나섰습니다. 인증 제도조차 없던 시절이라 알아주는 곳이 드물었는데, 그 수고를 알아본 것이 생협이었다고 합니다.
황금빛 사과로 알려진 시나노골드는 빨갛게 물들지 않아도 평균 13브릭스가 넘는 당도를 낸다고 합니다. 늦가을에 거두는 부사는 저장성이 좋아 겨울 내내 두고 먹을 수 있지만, 친환경으로 기른 사과는 일반 사과보다 보관 기간이 짧으니 사서 되도록 빨리 드시는 편이 좋다고 귀띔합니다.
최근에는 여름 한낮 기온이 36도를 넘나들며 농사가 갈수록 고되다고 합니다. 그래도 부부가 정말 아쉬워하는 것은 더위보다, 겉모습만 보고 사과를 고르는 눈높이입니다. 조합원을 위한 시식 자리에서도 더 예쁜 사과, 더 저렴한 일반 사과로 손이 먼저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합니다. 가격이나 빛깔보다 사과가 자라온 과정을 봐 달라는 것이 이 부부의 바람입니다.
2023년 늦가을에는 자주관리사들이 KTX를 타고 동대구를 거쳐 한 시간을 더 달려 영천 과수원을 다녀갔습니다. 예전에는 10월 20일이면 시작하던 사과 수확이 그해에는 11월 15일까지 늦춰졌고, 여름 무더위와 병해충으로 수확량도 예년보다 30퍼센트 가까이 줄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조광현 대표는 밭에 반사필름을 깔아 나무 아래쪽까지 볕을 되쏘이고, 사과를 가리는 잎을 골라 따며 색과 당도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잎을 너무 많이 따면 오히려 당도가 떨어진다는, 해 본 사람만 아는 균형도 점검단은 이날 배웠습니다.
11월 중순 이후 거둔 사과는 영하 1도 안팎의 저온저장고에 들어가 이듬해 봄까지 신선하게 보관하며 공급됩니다. 수확이 늦어지고 물량이 줄어도 늦은 출하 시기까지 맛을 지키려는 준비 덕에, 두레 조합원은 겨울을 지나 여름 문턱까지 별빛촌 사과를 만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