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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를 짜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같은 원유로 요구르트를 발효하고 치즈를 숙성하는 한편, 접시 위에서 세균 수까지 확인한 뒤에야 조합원의 식탁으로 보냅니다.
유기농 우유 한 컵부터 아이스크림까지, 두레 유제품 파트너
이른 아침, 흰 가운을 입은 손이 분홍빛 배지 뚜껑에 유성펜으로 표시를 남깁니다. 같은 시각 옆 건물에서는 방금 짠 원유가 파이프를 타고 가공동으로 흘러 들어가고, 바람이 통하는 우사에는 젖소들이 무리 지어 서 있습니다. 범산목장의 하루는 소를 돌보는 일과, 접시 위의 작은 흔적을 들여다보는 일이 함께 돌아가며 시작됩니다.
강원도 횡성에 자리한 범산목장의 축사는 사방이 막혀 있지 않고 바람이 통하도록 지어졌습니다. 좁은 우리에 갇힌 소보다, 무리 지어 여유롭게 지내는 소가 더 건강한 젖을 낸다는 생각이 이 구조에 담겨 있습니다.
소들이 먹는 풀사료도 목장이 직접 가꿉니다. 자체 밭과 임대한 밭에서 호밀, 수단그라스 같은 조사료를 재배해 급여하고, 날씨가 허락하는 계절에는 우사 옆 풀밭으로 소들을 내보냅니다.
대개는 목장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다른 회사가 그 원유를 받아 가공합니다. 범산목장은 원유를 짜는 것부터 그 원유로 완제품을 만드는 것까지 전 과정을 직접 맡습니다. 착유실에서 짠 원유는 바로 옆 가공동으로 옮겨져 그대로 목장 안에서 제품이 됩니다.
갓 짠 유기농 원유는 그대로 우유가 되어 팩에 담깁니다. 같은 원유를 발효하면 요구르트가 되고, 숙성하면 치즈가, 얼리면 아이스크림이 됩니다. 저지방우유부터 딸기·블루베리 요구르트, 체다 치즈, 녹차·바닐라·코코아 아이스크림까지, 하나의 원유가 여러 얼굴로 조합원 식탁에 오릅니다.

착유를 마친 원유는 곧바로 검사실로 옮겨집니다. 흰 가운을 입은 손이 배지에 원유를 옮겨 담고, 표면에 자란 흔적을 살펴 세균 수를 확인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는 이 절차를 거쳐야 원유는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소들이 남긴 분뇨는 그대로 버려지지 않습니다. 발효를 거쳐 퇴비가 되고, 목장이 직접 가꾸는 조사료 밭으로 돌아갑니다. 원유는 식탁으로, 퇴비는 밭으로, 범산목장 안에서는 이렇게 순환이 이어집니다.
바람이 통하는 축사에서 시작한 우유가, 접시 위의 작은 검사와 발효·숙성의 시간을 지나 조합원의 식탁에 오릅니다. 오늘도 범산목장의 하루는 그렇게 한 바퀴를 돕니다.
두레이야기 취재 당시, 조합원 대표로 구성된 자주관리사들이 범산목장을 찾아 현장을 살폈습니다. 대표 고민수 씨는 예전에 목장을 직접 운영하며 원유를 생산했지만, 구제역으로 소를 떠나보낸 뒤로는 인근 횡성·안성의 협력 농가들과 함께 원유를 모아 목장 안 가공동에서 우유와 유가공 제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협력 농가들도 범산목장과 함께 HACCP 인증을 통합해서 받고, 소에게 먹이는 목초까지 유기 인증을 받은 것으로 마련하며 원유의 품질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번 점검에서는 여름철마다 조합원들의 문의가 몰리는 발효유를 집중적으로 살폈습니다. 그릭요구르트 표면에 물처럼 맑은 유청이 고이는 것을 보고 상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변질이 아니라 더운 날씨와 유통 과정의 흔들림 때문에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현상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살짝 저어서 드시면 되고, 그릭요구르트는 유청을 걸러내고 유산균을 집중해서 키우는 방식이라 다른 요구르트와 만드는 법 자체가 다르다고 합니다.
점검 과정에서 자주관리사들은 좋은 점만 보고 오지 않았습니다. 생산동 안 공간이 좁고 환기가 원활하지 않은 점, 냉장고 안 제품 정리가 흐트러진 점을 지적했고, 담당자는 이를 인정하고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함께 확인하는 걸음이, 범산목장의 원유를 식탁까지 안심하고 이어주는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