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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가두고 볕에 맡기는 것 말고는, 소금을 만드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임자도 염전이 조합원 부엌의 짠맛 전체를 책임지는 이유입니다.
두레 소금과 젓갈의 기준을 지켜 온 신안의 파트너
임자도의 염전에 서면 가장 먼저 닿는 건 짠 냄새가 아니라 볕과 바람입니다. 넓은 증발지 위로 해가 내리쬐고 바닷바람이 수면을 훑고 지나가면, 물이 서서히 잦아들며 흰 결정이 맺힙니다. 그 결정을 손으로 긁어모으는 순간부터 마하탑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바닷물을 가두어 볕과 바람에 맡겨 두는 것, 천일염을 만드는 방법은 그것뿐입니다. 물이 마르는 속도와 양은 날씨가 정합니다. 볕이 좋고 바람이 잘 부는 날에는 소금이 잘 맺히지만, 흐리고 비가 잦은 날에는 그만큼 수확이 줄어듭니다. 날씨를 거스를 수 없다는 점에서 염전 일은 농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염전 바닥에 장판을 깔고 그 위를 걸으며 소금물의 상태를 살피는 일은 사람의 눈과 발이 아니면 안 됩니다. 거둔 소금을 밀어 모으고 자루에 담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볕이 좋은 날일수록 일손은 오히려 더 바빠집니다.

거둔 천일염은 그대로 말려 왕소금이 되거나, 가마에 넣고 볶아 볶은소금이 됩니다. 볶는 과정을 거치면 간수가 빠지고 맛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생소금으로 그대로 내놓기도 합니다. 김장철 배추를 절이는 데는 왕소금이, 국이나 나물의 간을 맞추는 데는 볶은소금이 쓰입니다.
포장을 마친 소금 자루에는 이력확인표가 하나씩 붙습니다. 일련번호와 QR코드로 입고일과 생산 과정을 그대로 되짚어 볼 수 있게 해 둔 표입니다. 화려한 문구 없이, 어느 염전에서 언제 거둔 소금인지 숫자로 남겨 두는 방식입니다.
왕소금과 볶은소금, 생소금에 새우육젓과 참새우젓까지 더해, 이 염전 하나가 조합원 부엌의 짠맛 전체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김치 맛을 좌우하는 재료들이 모두 이 염전과 곁의 작업장에서 나옵니다.

볕 좋은 날 염전에 나가 소금을 거두고, 가마 앞에서 볶은소금을 만드는 일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노동입니다. 화려할 것 없는 이 되풀이가 조합원 부엌의 짠맛을 한결같이 지켜 온 방법입니다. 소금 한 줌에도 그 되풀이의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마하탑을 이끄는 유억근 대표는 본디 섬을 떠나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직장 생활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1986년 고향인 임자도로 돌아와 소금 일을 시작했습니다. 두레이야기 취재 당시 그는 어릴 적 고향에서는 산모가 아이를 낳으면 천일염을 넣은 미역국을 끓여 먹였는데, 정작 서울에서는 염화나트륨 성분만 뽑아낸 정제염이 대부분이었다며, 제대로 된 천일염을 다시 공급해야겠다는 생각에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천일염은 가공식품에 넣을 수 없는 광물로 취급받아 제대로 된 관리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유 대표는 여러 시도 끝에 1992년 천일염을 볶아 만든 맷돌소금을 개발해 처음으로 소금을 식품으로 인정받는 데 성공했고, 그때부터 비로소 천일염을 생활재로 쓸 수 있게 되었다고 전합니다.
바닷물이 소금이 되기까지는 열닷새 남짓 걸립니다. 처음 물을 가두는 증발지에서 염도가 3퍼센트쯤 오르면 다음 단계인 누테기로 옮겨 11퍼센트까지 끌어올리고, 마지막 결정지에 이르러서야 20퍼센트를 넘기며 소금이 맺히기 시작합니다. 해주와 장판을 정성껏 손질해야 이물질 없는 소금을 거둘 수 있고, 애써 올린 염도가 비 한 번에 도로 낮아지기도 해 날씨를 늘 살피며 지내야 한다고 합니다.
"마하"는 산스크리트어로 크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유 대표는 큰 탑을 쌓는 정성으로 좋은 천일염을 만들어 조합원과 지역 주민이 더불어 사는 마하탑이 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