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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제지 생산 현장
생산자

부림제지

01 생산자 이야기

화장지 한 롤을 쓸 때마다 어딘가에서 나무가 베입니다. 부림제지는 다 쓴 우유팩을 모아 펄프를 되살려, 나무를 새로 베지 않고도 부드러운 화장지를 만듭니다.

생산자 요약
  • 이번 주 만나는 생활재 · 7종
  • 생산 현장 사진 · 4장
우유팩 재생 화장지 ― 두레 생활용품의 초록 파트너

초록 그물망 자루 안에 우유팩 조각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마당에 쌓인 이 자루들이 부림제지 화장지의 첫 원료입니다. 화장지 한 롤을 쓸 때마다 어딘가에서 나무가 베입니다. 부림제지는 이 당연한 사실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 보기로 했습니다.

우유팩에서 나무를 아끼는 길

나무를 아예 쓰지 않을 수는 없어도, 새 나무를 덜 쓰는 길은 찾을 수 있습니다. 다 쓴 우유팩을 모아 펄프를 되살리는 길입니다. 우유팩은 원래 질 좋은 펄프로 만들어져, 안쪽 코팅을 벗겨 내고 섬유질만 골라내면 새 나무 펄프 못지않게 부드러운 화장지가 됩니다.

하얗게 꾸미지 않는 이유

형광증백제로 하얗게 만드는 일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림제지는 재생 펄프 본연의 색을 그대로 두는 쪽을 택했습니다. 새하얗지 않은 화장지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색이 곧 나무를 베지 않고 만들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공정 라인을 살피는 부림제지 작업자

일곱 개 품목, 같은 원칙

두루마리 화장지인 2겹둥근휴지와 3겹둥근휴지부터 미용사각휴지, 뽑아 쓰는 주방휴지까지 일곱 개 품목을 이런 방식으로 만듭니다. 절반 크기로 나눈 절반미용사각휴지도, 여행용화장지도 같은 원료, 같은 원칙을 따릅니다.

손이 한 번 더 가도 지키는 방식

새 나무 펄프에 비하면 우유팩을 모아 되살리는 펄프는 코팅을 벗기고 세척하는 손이 한 번 더 갑니다. 그래도 이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화장지 한 롤이 나무 한 그루와 맞바꾸는 물건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매일 쓰고 버리는 것일수록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부림제지의 기준입니다.

생산 라인에서 감겨 나오는 화장지

나무 한 그루를 아끼는 방법이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 쓴 우유팩을 씻어 모으고, 그것을 다시 화장지로 되살리는 일 ― 부림제지가 조용히, 꾸준히 이어 온 길입니다. 오늘도 그 화장지는 조합원의 욕실과 부엌에 놓입니다.

두레이야기에서 만난 부림제지

부림제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종이팩을 재활용해 화장지를 만든 곳입니다. 제지업계에서 오래 일해 온 윤명식 대표가 쓰레기통에 버려진 우유갑을 보고 아까운 마음을 품은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비닐 코팅 때문에 그대로는 재활용할 수 없어, 펄프를 부수는 기계를 여러 번 개조해 코팅을 걸러내는 방법을 찾아냈고, 1985년 마침내 우유갑 화장지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길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낮던 1980년대엔 수요가 없어 부도 위기에 몰렸고, 1990년대 초 전국적인 우유갑 모으기 운동으로 한숨 돌렸다가도, 1998년 IMF를 지나며 다시 공장 문을 닫을 처지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원단 생산 공정 일부를 내주면서까지 화장지 제조만은 지켜냈습니다. 2003년 생산자재활용책임제도에 종이팩이 포함되고서야 수거 체계가 갖춰졌는데, 그전까지는 회사 혼자 우유갑을 모아야 했습니다.

부림제지가 한 해에 쓰는 폐우유갑은 2만 톤에 이르지만, 국내에서 모이는 양은 3~4천 톤에 그쳐 나머지는 호주와 캐나다에서 우유갑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를 수입해 채웁니다. 두레생협 매장에서 꾸준히 모아 온 종이팩이 그래서 더 소중한데, 조합원이 구매한 휴지에 쓰인 재활용 펄프가 한 해 약 15만 킬로그램에 이르러 나무 약 3천 그루를 대신한 셈이라고 합니다. 윤명식 대표는 대를 이어 공장을 맡은 아들에게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준 두레생협 조합원과의 신용을 지키기 위해서, 힘든 여건에서도 친환경 우유갑 화장지를 최선을 다해 공급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