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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에서 오른 김이 가시기도 전에, 쌀은 이미 다음 떡이 되어 있습니다. 충남 홍성의 무농약 쌀로, 홍성풀무는 열한 가지 얼굴의 떡을 빚습니다.
홍성 쌀로 빚는 두레 떡 파트너
문을 열면 김부터 마중 나온다. 흰 천을 덮은 시루가 나란히 서 있고, 창문은 뿌옇게 흐려져 있다. 위생복을 입은 손이 그 틈을 오가며 반죽을 치대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낮게 깔린다. 충남 홍성, 홍성풀무의 아침은 늘 이렇게 시작된다.
홍성은 유기농업으로 이름난 고장입니다. 홍성풀무는 이 지역 농가에서 보내온 무농약 쌀부대를 창고에 쌓아두고, 필요한 만큼 꺼내 씻고 불려 떡으로 만듭니다. 부대마다 찍힌 인근 영농조합의 도장이, 이 쌀이 어느 들에서 왔는지를 말해 줍니다.
좋은 떡은 좋은 쌀에서 나온다는 말을, 홍성풀무는 그대로 따릅니다. 무농약 멥쌀 99%로 만든 떡국떡이든, 유기농 현미로 뽑은 가래떡이든, 어떤 품목이든 쌀의 몫이 가장 크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씻어 불린 쌀은 가루가 되고, 시루에 올라 김을 맞으며 익습니다. 흰 천을 덮은 시루 사이로 아침 햇살이 스며들고, 그 빛은 피어오르는 김에 부딪혀 뿌옇게 흩어집니다.
익은 쌀은 다시 기계 통 안에서 반죽으로 뭉쳐집니다. 콩이 점점이 박힌 반죽 덩어리가 통에서 쏟아지면, 위생복을 입은 손이 그것을 받아 눌러 펴고 다듬습니다.

홍성풀무가 만드는 떡은 열한 가지입니다. 설이면 찾는 떡국떡, 간식으로 즐기는 떡볶이떡처럼 사철 냉동실에 두고 꺼내 먹는 떡부터, 쑥 향 가득한 쑥개떡, 말랑한 찹쌀떡, 구워 먹는 치즈떡까지 다양합니다.
흰 쌀 대신 현미를 쓴 품목도 여럿입니다. 현미가래떡과 콩인절미, 현미꿀떡, 아이들이 좋아하는 감자치즈볼도 같은 쌀에서 나옵니다. 찹쌀떡과 콩인절미, 감자치즈볼은 500그램에서 600그램 사이로 소분해, 한 번에 꺼내 먹을 만큼씩 나누어 둡니다.
수수부꾸미와 쑥오쟁이떡처럼 요즘은 보기 드물어진 떡도 계속 만듭니다. 손이 많이 가고 찾는 사람이 줄어도, 만드는 손을 놓지 않습니다. 쑥이나 콩처럼 부재료 하나를 더하는 일도, 결국 같은 쌀 위에 얹는 일입니다.
떡은 시간이 지나면 굳는 음식이라, 대부분의 품목을 얼린 채로 내보냅니다. 구워 먹는 치즈떡처럼 데워야 하는 떡이 있고, 찹쌀떡처럼 실온에 두고 녹여야 제 식감이 나는 떡도 있습니다. 냉동실에서 꺼낸 떡을 어떻게 되살리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방법을 지키는 일도 결국 쌀맛을 지키는 일입니다.
공장 벽에는 현수막 하나가 걸려 있습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열린 천주교 아시아·한국 청년대회의 공식 떡 제조업체로 홍성풀무가 선정되었다는 내용입니다. 내세울 말을 고르지 않아도, 그날의 현수막이 이 곳이 지나온 시간을 대신 말해 줍니다.

오늘도 홍성풀무의 시루에서는 김이 오르고, 냉동실에는 열한 가지 얼굴의 떡이 하나씩 채워집니다. 그 중 한 봉지가, 조합원의 식탁 위에 오릅니다.
홍성풀무의 시작은 충남 홍성 홍동마을입니다. 우리나라 유기농업이 자리 잡은 이 마을에서 2007년 무렵 유기농 쌀이 쌓여가자, 이 쌀을 어떻게 소비할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유기농 떡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값싼 재료와 첨가물로 만든 떡이 흔해지면서 떡 본연의 맛을 잃어가던 무렵이었습니다.
떡 제조시설은 HACCP 인증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인증을 받지 않은 업체가 많고, 받더라도 한두 품목에 그치는 경우가 흔합니다. 홍성풀무는 오랜 준비 끝에 2009년 국내 떡 제조시설 중 2호로 HACCP 인증을 받았고, 생산하는 30여 가지 품목 전체에 대해 인증을 받았습니다. 오염을 막기 위해 두 겹으로 모자를 쓰고 일하다 보면 10분 만에 머리에 땀이 흥건히 맺힐 정도로, 규정을 철저히 지킵니다.
기름에 튀겨도 터지지 않는 튀김 전용 떡 제조기술로 특허를 받기도 했습니다. 시중에서는 타피오카 전분으로 쫄깃함을 흉내 내는 경우가 많지만, 홍성풀무는 오로지 치대는 과정만으로 해동한 뒤에도 특유의 쫄깃함이 살아 있도록 합니다. 한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유기농업과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제공이라는 목적으로 떡과 미숫가루 등 생활재를 만들고 공급해 왔다"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생활협동조합을 통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