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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논갈이 때 트랙터 뒤로 저어새와 백로가 따라옵니다. 부모가 일군 논을 이어받은 한성희 생산자가 인천 강화에서 친환경 벼농사와 초록통쌀, 죽·밥류까지 이어 짓는 이야기입니다.
강화 친환경쌀과 두레의 인연은 2005년에 시작돼, 2014년 세워진 강화드림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습니다.
봄에 논을 갈면 트랙터 뒤로 저어새와 백로가 따라온다. 흙이 뒤집히는 자리에서 먹이를 찾는 것이다. 콤바인 옆에 세워둔 노란 깃발에는 "친환경논, 저어새를 지키는 생태농업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강화드림의 한성희 생산자는 그 날갯짓을 바라보는 순간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농부인지 깨닫는다고 말한다.
강화드림은 2014년 11월 인천 강화 내가면에서 문을 열었다. 다만 강화 친환경쌀과 두레의 인연은 그보다 앞선다. 2005년, 산마을이 푸른생협에 강화섬쌀을 공급하면서 관계가 시작됐고, 강화드림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한성희 생산자에게 강화드림은 부모가 일군 논을 이어받아 다시 설계한 농사다.

쌀을 잘 기르는 일만으로 농업이 계속되지는 않았다. 쌀 소비는 줄고 농가는 늙어갔다. 그래서 강화드림은 기른 뒤의 시간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관계 농가에 우렁이와 유박을 공급해 함께 농사를 준비하고, 위탁영농과 계약재배로 쌀을 수급하며, 그 쌀로 죽과 밥, 덮밥, 국탕을 만든다. "농업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다"는 그래서 나온 말이다.
초록통쌀은 벼가 다 익기 전, 아직 초록색일 때 거둔다. 일반 수확보다 두세 주 이르다. 이렇게 거둔 벼를 쪄서 말리고 껍질을 벗겨, 엽록소와 씨눈이 남은 통곡 그대로 쓴다. 다 익기를 기다리지 않고 거두는 결정도, 다 익은 뒤에는 얻을 수 없는 것을 얻기 위해 강화드림이 스스로 내린 것이다.
"강화에서 생산하는 우수한 농산물을 활용한 먹거리 개발에 더욱 진력하겠습니다." ― 한성희 생산자
죽과 밥, 국탕까지 강화드림이 만드는 것은 결국 강화섬쌀 한 가지에서 갈라져 나온다. 기르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025년에는 이 쌀로 만든 영양죽 2천 개를 지역의 취약계층에 기탁했다. "강화의 농산물을 활용해 만든 제품이 이웃들에게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란다." ― 한성희 생산자. 강화드림은 쌀을 기르는 일과 나누는 일을 따로 두지 않는다.

논을 갈 때마다 새들이 따라오는 풍경을, 강화드림은 여전히 신기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 논에서 자란 쌀이 죽이 되고 밥이 되어 조합원의 식탁으로 나뉘어 간다. 저어새가 뒤따르는 논에서, 강화드림의 하루도 그렇게 시작된다.
한성희 생산자는 강화에서 나고 자라 열아홉 살 때부터 벼농사를 지었다. 처음에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는 관행농법이었으나, 농한기 아르바이트로 우연히 친환경농법을 접하며 방향을 바꿨다. "강화에서 자라면서 왜 아무도 농사를 안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이 낙후됐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봤다"고 그는 그 시절을 돌아본다.
친환경 벼농사에서 가장 힘든 것은 날씨다. 태풍과 병해충이 심한 해에는 수확량이 30~40%까지 줄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갈수록 잦아진다고 한다. 그래도 강화드림은 2017년 예비 사회적기업을 거쳐 2018년부터 정식 사회적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역의 장애인 직업재활시설과 손잡고 쌀 소포장과 진공포장을 함께 맡기며, 취약계층과 노인,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나누는 길을 넓혀가고 있다.
"1차 농사와 나머지를 연결 지어 농업을 부각시키려는 것이지, 유통이나 가공만으로 부가가치를 올리려는 게 아니다. 앞으로 100년 가는 강화드림을 만들어보겠다"고 한성희 생산자는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