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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 시기는 짧고, 그 시기를 놓치면 그해 꿀은 다시 뜰 수 없습니다. 성원경 생산자의 벌통이 계절마다 자리를 옮기는 이유입니다.
아카시아·야생화·밤꿀 ― 두레 꿀의 생산자
벌통 뚜껑을 열면 웅웅거리는 날갯소리가 먼저 손끝에 닿습니다. 망사 모자 아래로 땀이 흐르고, 나무틀 위로는 벌들이 새까맣게 엉겨 붙어 있습니다. 성원경 생산자는 그 사이로 손을 넣어 벌집 틀 하나를 천천히 꺼내 듭니다. 오늘도 꽃이 핀 자리를 따라 벌통을 옮길 참입니다.
꿀은 벌이 만들지만, 그 벌을 돌보는 것은 사람의 몫입니다. 성원경 생산자의 벌통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아카시아꽃이 피면 아카시아 곁으로, 밤꽃이 피면 밤나무 아래로, 계절을 따라 자리를 옮깁니다.
벌통을 옮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꽃이 피는 시기는 짧고, 그 시기를 놓치면 그해 그 꿀은 다시 뜰 수 없습니다. 벌이 부지런히 꽃을 찾아다니는 동안, 사람은 벌통이 머물 다음 자리를 미리 살펴 옮겨 둡니다. 아카시아꽃이 지면 다음 꽃을 기다리고, 밤꽃이 지면 다시 벌통을 챙기는 일이 계절 내내 이어집니다.
비바람이 치면 벌통에 덮개를 씌우고, 날이 추워지면 두툼한 담요로 감싸 겨울을 나게 합니다. 벌이 건강해야 꿀이 좋다는, 단순하지만 지키기는 쉽지 않은 원칙입니다.
설탕물을 따로 먹이지 않는 것도 같은 원칙에서 나옵니다. 벌이 꽃에서 모아 온 것을 그대로 뜨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그렇게 뜬 꿀은 꽃마다 향과 색이 다릅니다. 은은한 아카시아꿀, 진한 야생화꿀, 쌉싸름한 밤꿀까지. 같은 벌이 떠도 꽃이 다르면 맛도 달라집니다.
꽃물이 많을 때는 생꿀로도 뜹니다. 아카시아 생꿀과 야생화 생꿀은 가공을 거치지 않은, 벌이 모아 온 그대로의 맛을 보여줍니다.

꿀은 1킬로그램과 500그램, 두 가지 용량으로 나누어 담습니다. 오래 두고 먹는 조합원도, 조금씩 맛보고 싶은 조합원도 각자 필요한 만큼 고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생꿀은 가공을 거치지 않은 만큼 결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 역시 벌이 모아 온 그대로의 상태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카시아꿀과 야생화꿀, 밤꿀을 각각 나누다 보니 품목 수는 여덟 가지가 되었지만, 결국 세 가지 꽃에서 나온 꿀이라는 사실은 같습니다.

아침 요구르트에 한 숟갈, 목이 아플 때 차 한 잔에 한 숟갈. 계절을 따라 벌통을 옮기는 일은 해마다 반복되지만 결코 수월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성원경 생산자는 벌이 건강해야 꿀이 좋다는 원칙 하나로, 오늘도 그 계절을 따라갑니다.
성원경, 황경선 생산자 부부의 집은 경기 양평이지만, 실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은 한 해의 절반이 채 되지 않습니다. 겨울에는 벌의 월동을 위해 통영에 머물고, 4월 말부터는 울진과 의령, 파주 등 개화 시기에 맞춰 전국을 떠돌다가 한여름 강원도 오대산 내린천 근처에서 피나무꿀을 얻으며 그해 채취를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벌과 동고동락해 온 세월이 서른여덟 해째입니다.
진드기와 응애를 막을 때도 살충제 대신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혼합물을 직접 만들어 쓰고, 낭충봉아부패병에는 항생제 대신 어성초·금은화·황련 등 항균력을 가진 식물의 발효액과 프로폴리스를 이용합니다. 꿀을 분리하는 채밀기도 20여 년 전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테인리스 제품을 써 왔는데, 철판 드럼통을 쓰다 녹이 슬거나 찌그러져 꿀에 섞이는 일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식약처가 고시한 꿀의 수분함량 기준은 20%이지만, 성원경 생산자는 17~19%에 맞춥니다. 수분을 1%만 낮춰도 채취 기간이 길어지고 꿀의 양은 줄어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생산량의 20~30%는 벌이 자연농축한 꿀을 부부가 일일이 손으로 봉개해 얻는 생꿀입니다. 성원경 생산자는 "꿀이 조금이라도 변질되지 않으려면 적어도 19%는 되어야 한다"며 "품질 좋은 꿀을 위해 하는 일이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면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