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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입히지 않았습니다. 안덕에서 구좌까지, 여섯 사람이 나눠 지은 겨울 밭이 한 상자에 담깁니다.
법인을 세우고 두 달 뒤, 이곳의 채소가 조합원 식탁에 올랐습니다.
겨울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새벽, 양배추밭에서 잎 걷는 소리가 난다. 이슬 맺힌 겉잎을 젖히면 속이 야무지게 찬 속대가 드러난다. 이 밭은 올레팜이 맡은 여섯 곳의 밭 가운데 하나, 제주 서쪽 어느 지역의 겨울 아침이다.
올레팜의 본장은 제주시 애월읍에 있지만, 밭은 거기 없다. 안덕면의 강석종 생산자는 귤을, 한림읍의 양성숙 생산자는 양배추와 적채를, 변승천 생산자는 브로콜리를, 함종우 생산자는 콜라비를, 대정의 송봉기 생산자는 무를, 구좌의 김병수 생산자는 당근을 맡는다. 한 사람이 여러 작물을 욕심내지 않고, 그 지역에서 오래 지어 온 것 한 가지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여섯 밭에서 온 것이 올레팜이라는 이름 아래 한 상자로 모인다.
안덕의 귤밭은 화학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는다. 수확한 뒤에도 왁스를 바르거나 색을 내는 처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껍질이 매끈하지 않고, 다 익어도 푸른 기가 남은 열매가 섞인다. 대신 과육을 먹고 남은 껍질은 말려 차로 우려낼 수 있다. 보기 좋게 다듬는 대신, 하지 않아도 될 처리를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2024년 제주도 감귤 유통 조례가 개정되며 색택 기준이 사라지고 당도 기준이 자리를 잡았다. 두레생협은 그해 감귤을 색이 아니라 맛으로 고르겠다고 안내했다. 겉모습보다 당도를 먼저 보는 방향은, 올레팜이 왁스와 색소 처리를 하지 않기로 한 선택과 같은 쪽을 보고 있다.
내륙의 밭이 쉬는 계절에 제주의 밭은 한창이다. 양배추와 적채, 브로콜리, 무, 당근, 콜라비가 겨울 한철 올레팜의 상자를 채운다. 품목마다 그 작물을 오래 지어 온 생산자가 따로 있어, 한 밭의 작황에 전체 공급이 걸리지 않는다.
올레팜은 2021년 11월에 법인을 세웠고, 두 달 뒤인 2022년 1월부터 두레생협에 채소를 보내기 시작했다. 오래된 인연은 아니지만, 여섯 생산자가 이미 각자의 밭에서 오래 농사지어 온 사람들이었기에 가능한 속도였다.

여섯 개의 밭에서, 여섯 사람의 손으로 이어 온 것들이 한 상자에 담겨 두레생협 조합원의 식탁으로 간다. 껍질째 말려 차로 우릴 수 있는 감귤 한 알에도, 그 밭의 이름이 남아 있다.



